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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단체는 한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려야

최종 수정일: 2022년 10월 30일

싱가포르 한인사회가 반세기에 10년을 더하면서 나름대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작금 한인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 한인회를 비롯하여 일부 한인단체와 단체장에 대한 한인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는 한인단체에 대한 염려와 걱정에 소리로 들린다.


“역경”에 항룡유희(亢龙有悔)영불가구(盈不可久)”라는 말이 있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은 더 올라갈 수 없으니 내려올 수밖에 없고, 무엇이든 꽉 채우면 오래가지 못한다’라는 뜻이다. 계영배 (戒盈杯)는 술을 70% 정도만 담을 수 있도록 만든 잔이다. 채우고 넘치도록 술을 따르면 그 잔을 든 사람이 쓰러진다.


[비석에 기록하는 비문은 음각으로 새긴다. 비석 자체를 글씨로 만들기 위해서다. 돌이 글자를 품었으며, 표현하고자 하는 글자는 모두 그 돌 안으로 들어갔다. 말하자면 비석의 몸인 돌 전체가 글자가 된 셈이다. 그래야 비석에 새긴 글자가 오래 살아남는다. 비석을 만들 때 둘의 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진 비바람을 맞는 건 글자가 아니라 글자를 품고 있는 돌이다. 비석 몸이 닳아 없어지지 않는 한 비문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다. 만약 비석의 글자를 도드라지게 양각으로 하면 글자가 비바람을 먼저 맞게 되어 돌보다 글자가 더 일찍 사라진다]라고 이호운 작가는 리더의 덕목에 대해 편집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왔다.


한인 단체와 단체장의 탄생 과정도 이와 같다. 도드라진 재주가 키운 힘으로 대중을 끌어들인 단체장, 즉 재주가 많음을 앞세워 스스로 자신을 지도자로 만들면 쉬 부서진다. 올바른 단체와 단체장은 한인사회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한인의 힘으로 만들어진다. 도드라져서 떠오르는 게 아니라 한인이 품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면 한인동포가 크고 튼튼할수록 더 오래도록 남는 훌륭한 단체장이 된다. 한인은 앞서 언급한 비석의 돌과 같다. 양각이 아니라 음각을 하면 그 단체와 단체장은 한인동포가 존재하는 한 살아남을 수 있다. 한인동포의 품에 들어가는 건 도드라진 재주가 아니라 한인동포의 마음 여백에 넘치지 않게 담기는 겸손이다. 잔을 든 사람을 쓰러뜨리지 않는 계영배와 같은 술잔이 되는 일이다.


이게 어찌 단체장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겠는가, 우리가 살아가는 일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자신의 재주만 믿고 제 잘 났다고 도드라지면 사람들로부터 쉬 잊힌다. 나의 잘난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나’를 품게 만들어야 나의 존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내가 사람들을 이끄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나에게로 오게 하는 게, 여백을 만드는 이 겸손이 올바른 존재가치를 만든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논어” [선진편]에 나오는 이 말은 공자가 제자 자공에게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자’라고 깨우쳐준 가르침이다.


부디 한인단체와 단체장의 역할이 앞으로 한인사회에 덕이 되고 한인동포들에게 청량제 같은 존재로 남기를 기원한다.


[VOS 편집장 이건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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