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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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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지나가던 할매 가는 길 멈추고

꽃 참 이쁘다 하신다.

할매 사진 찍어 드릴까요?

꽃같이 찍어 드릴테니 이리 와 보셔요

쑥스러운 듯 모자를 매만지신다.

꽃보다 할매가 더 고와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뼈 마디마디 지나온 세월이 한참 굵다.

꽃보다 사랑스런 할매를 찍는다.

세월 속 묵은 꽃은 지지도 않아

지고 또 피고 다시 피어난다.

     

내 할매는 엄마였고 아버지였다.

동네에서 제일 무서운 호랑이 할매였어도,

내겐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꽃 한 송이,

지지 않을 꽃이었는데

주름도 펴 드리지 못하고 보내드렸다.

할매, 꽃보다 예쁜 할매

주름진 마디마디 세월 가득 피어있다.

     

[시인 이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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